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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얼빈 2주 연속 1위’ ‘연봉 180억에 손흥민 바르셀로나행?’ 지난 7일 포털 네이버 모바일 검색 신용대출 화면의 상단 탭 ‘숏텐츠’를 누르자 각 한 장씩의 사진과 함께 이런 요약 문구 수십 가지가 나타났다. 클릭하면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연예·스포츠 등의 최신 기사를 볼 수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처음 선보인 이 신규 서비스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 이용자들이 평소 즐겨 검색하는 관심사와 관련한 주제별 뉴스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1시간 단위로 광주공무원대출 업데이트, 이용자가 검색 화면에 일일이 검색어를 입력하는 번거로움 없이 한 번에 최신 이슈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쇼트폼 플랫폼 시장 연 30% 성장 전망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국내 주요 기업 쇼트텐트 사업 현황







네이버는 최근 이런 쇼트텐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쇼 입시기관 트폼 서비스 ‘클립’은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재생 수가 약 8배 증가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이용자 이탈에 대한 네이버의 고민과도 맞닿는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쇼트텐트 위주의 글로벌 플랫폼이 10~30대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대세를 형성하면서 네이버엔 위협이 된 때문이다. 시장 조사 플랫폼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 군미필학자금추가대출 준 네이버 이용자의 월평균 체류시간은 205억분으로 전년 동기보다 20억분 감소했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224억분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한 앱 3위를 기록하면서 4위 네이버를 제쳤다.

시장 조사 업체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글로벌 쇼트폼 플랫폼 시장 규모는 지난해 266억9000만 달러(약 38조7000억원)에서 2032년 2895억2000만 달러(약 421조4000억원)로 연 30%가량씩 성장할 전망이다. 이처럼 쇼트텐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사이, 롱텐트 수요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지난해 7905명을 상대로 스마트폰 콘텐트 이용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7.4%는 스마트폰으로 TV 프로그램을 안 본다고 밝혔다. TV 프로그램을 아예 안 본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도, 자나 깨나 TV 없이 못 살던 중·장년층 이상 세대한테는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조사 결과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웹툰·웹소설을 본다는 응답자도 31.3%에 그쳤다. 역시 콘텐트 소비자가 긴 분량을 기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75.3%는 쇼트폼을, 72.5%는 OTT(온라인 영상 서비스)를 본다고 응답했다. 넷플릭스 등의 OTT는 영화나 일반 TV 프로그램처럼 긴 영상을 주로 제공하지만, 응답자는 OTT 내에서 가장 많이 이용한 서비스 유형으로 쇼트폼(70.7%)을 꼽았다. 이에 OTT 업체도 쇼트텐트 서비스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토종 OTT 1위 티빙은 지난달 약 1분짜리 무료 영상을 제공하는 쇼트폼 서비스를 출시했다. 앱에서 ‘쇼츠’ 탭을 누르면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형 플레이어를 통해 쇼트폼 콘텐트를 볼 수 있다.

드라마와 예능, 다큐멘터리, 그리고 티빙이 생중계하는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경기 등의 하이라이트 영상 위주다. 티빙은 향후 기존 콘텐트를 재구성하는 등의 더 다양한 쇼트폼을 제공하는 한편, 올해부터 오리지널 쇼트폼 드라마·예능 출시도 할 계획이다. 티빙 관계자는 “미디어 소비 트렌드 변화에 부응하고자 쇼트폼 서비스를 선보였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사업”이라고 전했다. 다른 토종 OTT 왓챠는 지난해 쇼트드라마 플랫폼 ‘숏차’를 출시해 ‘세상에서 가장 아픈 키스’ 등 1회당 1분 내외 쇼트텐트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용자가 이동 중이나 짧은 휴식 시간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트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업계 “쇼트텐트, 소비자 유입 효과 크다” 이런 변화는 콘텐트를 다루는 업계가 매력적인 쇼트텐트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 만큼 소비 트렌드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중·장년층 이상 세대가 유튜브로 긴 분량의 영상을 볼 동안, 10~30대는 15초 내외의 짧은 영상 소비에 열광한다. 이를 집중 제공하는 틱톡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튜브가 ‘유튜브 쇼츠’라는 비슷한 서비스를 도입했을 정도다. 더 젊은 세대에 가까울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12세 아들을 키우는 문선영(42)씨는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을 볼 때도 아들의 집중력이 부족해서 끝까지 못 보고 나온 적이 많다”며 “요즘 10대는 간편한 쇼트폼에 익숙해 긴 분량의 영상을 점점 기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긴 분량의 콘텐트 소비에 피로감과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확산 중이라는 얘기다. 비슷한 이유로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고성장세가 이어졌던 웹툰과 웹소설 시장은 최근 둔화세가 역력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웹툰 등록 작품 수는 9528개로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네이버의 웹툰 부문 자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2분기 기준 국내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가 2320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6.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스토리 부문 매출도 21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 감소했다.

그러면서 콘텐트 공급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다른 업계마저 달라진 콘텐트 소비 트렌드의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쇼트텐트 서비스 강화에 나선 이커머스 업계가 대표적이다. 당근마켓으로 유명한 당근은 ‘당근 스토리’ 서비스를 출시 1년여 만인 지난달 전국으로 확대했다. 동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짤막한 영상으로 담아내는 지역 기반 쇼트폼 서비스로 출시 1년여 만에 일평균 쇼트폼 업로드 수가 60배, 시청 수가 24배 증가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다른 중고품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도 판매품의 자동 쇼트폼 제작 기능을 도입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유입 효과가 커서 기업들이 쇼트폼 서비스를 적극 도입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런 흐름이 당분간 산업계 전반에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소비자 관점에서 부작용이 있을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짧고 자극적인 콘텐트에만 적응하면 팝콘 브레인(첨단 디지털 기기에 익숙할수록 뇌가 현실 적응에는 둔감해지는 현상)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젊은 세대에서 콘텐트의 맥락을 이해하고 숨은 뜻을 파악하는 문해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교수는 “중요한 건 쇼트텐트를 안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량의 콘텐트를 고루 섭렵하는 노력”이라며 “소비자가 쇼트텐트를 보는 한편, 틈틈이 책도 더 찾아 읽는 식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