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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크래커? 앞부분만 그대로 참 입는 남은사이토 마사히코 씨(왼쪽)와 어머니 사이토 레이코 씨. 가운데는 손자 도모히코.


"하루하루 정신이 흐려지는 것 같아 무서워 견딜 수가 없다."
어머니의 일기를 읽은 아들은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정신의학과 전문의로서 치매를 앓는 어머니의 심리 변화를 연구해야겠다는 소명도 생겨났다. 아들의 부탁이라면 늘 들어주던 어머니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와중에도 흔쾌히 일기장을 내줬다. 그렇게 받은 일기장에는 20년 동안 서서히 찾아온 치매에 대한 어머니의 공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일본의 유명 정신과 전문의 사이토 마사히코 씨(73)는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어머니가 20년간 쓴 일기를 책으로 펴낸 것은 담보대출이자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알츠하이머 기록자'라는 책을 펴냈다. 사이토 씨는 도쿄대 의학부를 졸업한 정신의학 전문의로, 현재 치매 치료·돌봄 등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사이토 씨의 어머니 사이토 레이코 씨는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치매를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사이토 골든브릿지증권 씨는 어머니에 대해 문학을 사랑하고 시 쓰기와 고전문학 연구가 취미였으며 유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이처럼 활발한 활동을 했던 어머니에게도 치매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그녀가 치매가 아닌지 처음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67세 때다. 일기장에선 수업 시간을 착각했다거나 소지품을 잃어버렸다는 표현이 나타난다. 어머니는 " 예수성심수녀회 나 혹시 치매인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어머니의 치매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자녀들에게 수십 년간 해주던 요리법조차 잊어버렸다. 두려움과 우울감은 점차 깊어졌다. "점점 머리가 멍해지니 비참하다" 같은 표현도 이어졌다.
정신과 의사인 아들이 좀 더 일찍 어머니를 보살폈으면 차도가 있었을까. 이 질문에 사이토 씨는 국립대 기성회비 반환 "그럴 가능성은 작다"며 "어머니처럼 고령에 발병한 알츠하이머는 의학적 치료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사이토 씨는 두려움에 휩싸인 치매 환자에게는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계적인 위로나 무작정 건네는 격려는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기 쉽다"며 "불안해하는 치매 환자와 함께 고민하고, 대출종류 함께 난처해하는 것 자체가 좋은 정신요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경도인지장애 단계라면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도인지장애란 치매가 되기 바로 전 단계를 의미한다. 사이토 씨는 "어머니처럼 치매를 이겨내기 위해 무리하게 모든 걸 기억하려 하다가 실패하면 오히려 좌절감이 커질 수 있다"며 "차라리 '나 요즘 건망증이 심해졌어'라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사이토 씨는 "한국도 (지난해 12월)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만큼, 고령 치매 환자와 가족을 고립시키지 않는 사회적 시스템과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은 유년기·청년기·장년기·노년기를 각각 독립적으로 지원하다가 복지 단절이 자주 발생한다"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일관성 있게 지원하는 정책이나 기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사이토 씨는 "어머니의 말을 통해 자기 자신을 잃어 가는 치매 환자가 얼마나 슬프고 괴로운지 전하고 싶었다"며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면, 돌봄에 지치더라도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를 전했다.
[김재현 기자]